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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a 2021. 5. 12. 17:23

감정이 중요해진 순간, 쾌쾌한 감정들이 남는 무언의 행동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질투도 그에 포함된다. 


질투함으로써 성장했던 것은 고등학생 때가 마지막이다. 질투란 감정이 어떤 이에겐 하나의 자극제일 수도 있다. 물론 고등학생 때의 나도 그랬다. 하지만 우습게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썩 느낌이 좋지 않은 감정일 뿐이다. 진부하게 기억을 가지고 질투를 논하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내가 왜 질투란 감정을 싫어하게 됐는지 써보려 한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감정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는 걸 느꼈다. 감정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 때는 밀려오는 감정들을 물 흐르듯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난 후, 나라는 존재를 어느 정도 파악했을 때는 밀려오던 감정들이 깊게 내리 박혔다. 단 하나도 서투르게 지나가는 법들이 없었다. 누군가 음울하고 깊은 생각을 공유한다면 그와 연관된 감정들이 따라왔다. 그 감정들은 몇날 몇일이곤 곁에 맴돌았다. 볕이 드는 풀 숲을 보았을 때의 황홀함에도 진심으로 대하게 되었다. 그렇게 감정에 진심이 되가고 있을 적에, 나는 질투를 접했다. 질투의 색은 눈물 흘리는 소의 눈깔에서 보이는 핏줄 색이었다. 적색의, 짙은 빨강이였다. 허나, 기쁜 색은 아니었다. 감정에 사로잡힐 때, 눈에 보이는 무엇이라도 잡고는 따라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무겁고 불쾌했던 감정이었다. 질투로 인해 내가 성장했다 치더라도, 남아버린 날것의 감정들은 내 혓바닥까지 쾌쾌하게 만들었다.

 

감정을 헤치고 헤쳐서, 흔들리고 있는 내 본체를 잡고는 그 내면의 무언가와 직면해보기도 했었다. 쾌쾌한 감정들로 인해 내 본체는 흔들리고, 쥐어짜지고 있었다. 그 언저리의 눈몰음 속에서 하염없이 빛나는 흰 무언가와 직면했다. 좀만 더 뒤틀린다면 그 무언가도 더럽혀지고 말터였다. 그 순간 그 와중에도 예전에 필히 떨어져야만 했던 은행나무 열매의 잔상이 보였다. 떨어지는, 고약한 냄새들. 똑같은 처지가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량하고 더럽게 보던 그 열매가 나 자신이었다. 힘없이 떨어지는 듯 보이나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갖은 노력을 다해봐도 결국 처참히 떨어질 뿐이었다. 내게 질투가 주는 느낌은 이러했다. 지지 않으려 깨물고 별 짓을 다해봐도 결국 남는 건 은행나무 열매와도 같은 고약함이었다. 나는 그래서 질투란 감정이 싫다.

 

다신 겪지 않으려 노력해봐도 질투는 항상 예기치 못한 때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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