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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속의 춤》 2장: 이별의 바다 (사랑의 여정)

1. 서희의 회상: 첫 바다 여행 서희는 어릴 적부터 바다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 사랑은 단순한 애정 이상의 것이었다. 바다는 그녀에게 경외의 대상이었고,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었다. 여름휴가였다. 부모님은 뜨거운 햇빛을 피해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녀는 홀로 모래사장 끝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파란빛과 하얀 포말이 부드럽게 부서지며 그녀의 발끝을 스쳤다. 그때 그녀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그 광활함이 자신을 압도하며 삼킬 것 같았다. 동시에, 그 끝없는 넓음 속에서 어떤 위안이 느껴졌다. 바다 앞에 서면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고, 그 작음이 오히려 그녀를 안심시켰다. 세상에서 그녀의 실수와 고민이 얼마나 사소한지, 바다는 늘..

2024.12.02

《그림자 속의 춤》 1장: 끝없는 바다를 향해

1장: 끝없는 바다를 향해 어둠이 도시를 덮었다. 가로등 불빛과 네온사인이 찬란하게 번져 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밤거리를 스쳐 갔고,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우재는 그 틈에 서 있었다. 그는 어깨를 약간 웅크리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스치며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그의 존재는 더욱 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 속에서, 우재는 마치 그림자처럼 느껴졌다. 그는 사람들의 틈에 있었지만, 아무도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 역시 그 누구도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바다가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일렁이는 바다. 한 번도 현실에서 닿을 수 없었지만, 언제나..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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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중요해진 순간, 쾌쾌한 감정들이 남는 무언의 행동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질투도 그에 포함된다. 질투함으로써 성장했던 것은 고등학생 때가 마지막이다. 질투란 감정이 어떤 이에겐 하나의 자극제일 수도 있다. 물론 고등학생 때의 나도 그랬다. 하지만 우습게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썩 느낌이 좋지 않은 감정일 뿐이다. 진부하게 기억을 가지고 질투를 논하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내가 왜 질투란 감정을 싫어하게 됐는지 써보려 한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감정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는 걸 느꼈다. 감정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 때는 밀려오는 감정들을 물 흐르듯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난 후, 나라는 존재를 어느 정도 파악했을 때는 밀려오던 감정들이 깊게 내리 박혔다. 단 하나도 서투르게..

2021.05.12

0329 배달부 J

추웠던 지난겨울, 나는 몇 년간 몸 바쳐 일해오던 직장을 잃었다. 젊음과 눈물, 노력, 성취.. 모든 것이 응축되어있던 직장이었다. 미워하기도 했고 좋아하기도 했다. 반반 섞인 그 감정은 애증이었다. 어려워진 회사의 사정으로 인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이 사내에 퍼졌었다. 다들 그 대상이 자신이 될까 봐 걱정했지만 나는 그중 하나가 아닐 거라 확신했었다. 과장님과 대화에서 감지할 수 있었던 불안한 기운은 확신에 작은 균열을 주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호출된 인사팀과의 면담에서 /쨍그랑/ 그 확신은 깨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회사 사정이 안좋다며, 일한 기간이 오래됐으니 신입을 위해 물러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제안의 의미는 두 가지였다. 눈칫밥 먹다가 제 발로 물러날지, 박수받으며 물러날지. ..

202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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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특히 바다와 여름의 조합을 좋아해. 어떤 날에는 어지러울 정도로 하루 종일 해를 쬐기도 했었어.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윤슬. 윤슬을 눈 아프게 쳐다보고 있는 것도 좋아해. 그렇게 멍하니 있다 보면 생각이란 걸 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참 재밌거든. 따뜻함을 쬐며 생각하다 보면 예술가가 된듯한 느낌이 들어. 욕심 없이 모든 것을 사랑하자는 간지러운 생각도 들기도 해. 생각하는 것도 좋아하고 바다도 좋아하고 햇빛도 좋아하니? 날이 좋아져 바다에 누워있을 날씨가 되면 어디든 떠나봐.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사랑해. 인간 실격을 읽다보면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문득 상상하곤 해. 우울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지 않는 글을 읽다보면 알수 없는 위로를..

202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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