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희의 회상: 첫 바다 여행 서희는 어릴 적부터 바다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 사랑은 단순한 애정 이상의 것이었다. 바다는 그녀에게 경외의 대상이었고,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었다. 여름휴가였다. 부모님은 뜨거운 햇빛을 피해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녀는 홀로 모래사장 끝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파란빛과 하얀 포말이 부드럽게 부서지며 그녀의 발끝을 스쳤다. 그때 그녀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그 광활함이 자신을 압도하며 삼킬 것 같았다. 동시에, 그 끝없는 넓음 속에서 어떤 위안이 느껴졌다. 바다 앞에 서면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고, 그 작음이 오히려 그녀를 안심시켰다. 세상에서 그녀의 실수와 고민이 얼마나 사소한지, 바다는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