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질문이 쓰여진 카드를 보고 각자 의견을 주고 받았다. 그 의견들이 고이 남아 집에서까지 생각나더라. 관련해서 글로 정리해본다.
성장이란 무엇일까?
“성장”이라는 단어는 너무 흔하게 쓰여서 그 의미가 때로는 모호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성장해야 한다고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받는다. 하지만 막상 성장의 본질을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성장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걸까?
사전적으로 성장은 “크거나 나아지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 정의는 어디까지나 결과를 설명할 뿐이다. 나는 성장이란 과정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의 핵심은 “이전의 나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더 나아가, 그 노력의 과정에서 얻는 배움과 변화가 성장의 진짜 본질이라고 느낀다.
성장은 반드시 ‘나아짐’이어야 할까?
우리는 종종 성장을 결과로만 판단한다. 좋은 대학, 멋진 직업, 높은 연봉 같은 외적인 지표가 성장을 나타낸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성과가 없을 때도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실패 속에서도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시도를 할 준비를 한다. 그렇다면, 성장은 반드시 나아짐을 동반해야 하는 걸까?
나는 성장의 또 다른 정의를 떠올려본다. “성장은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나를 더 잘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는 카를 구스타프 융의 “개인화”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융은 개인화를 인간이 자신의 무의식 속에 숨겨진 그림자와 마주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그는 인간이 외부에서 주어진 가치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내면의 갈등을 통합하며 스스로를 완성해 가야 한다고 보았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 내가 마주한 부족함과 실패들은 단순히 외부 기준에서 나를 평가하기보다, 내 안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융의 말처럼 내가 외부의 성공이나 나아짐을 넘어, 내면의 갈등과 마주하며 나를 온전히 바라보는 성장으로 이어졌다. 결국 성장이라는 것은 외적 성과에만 의존하지 않고,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그 자체일 수 있다.
성장의 방향은 누가 결정하는가?
취업 준비를 하며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원하는 성장의 방향은 무엇인가?” 우리는 때로 사회가 정의한 성장의 기준을 따르기 위해 스스로를 밀어붙인다. 모두가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고, 누구나 부러워할 커리어를 쌓는 것이 성장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나의 기준이 아닌 외부의 기준을 따라가는 것이 진정한 성장일까?
내가 성장한다고 느꼈던 순간들은 모두 나의 기준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뤘을 때였다. 처음으로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자소서를 완성했을 때, 더 나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밤새 피드백을 반영했을 때, 그리고 힘들었던 순간을 이겨내고 다음날 더 나은 나로 하루를 시작했을 때. 이런 작은 변화들은 누구에게 자랑할 수 있는 성과는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는 성장으로 느껴졌다.,
성장을 위한 자기 비판
성장은 종종 자신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된다. 하지만 자기 비판이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비판이 건설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자신을 탓하는 것은 아무런 변화도 만들지 못한다. “내가 잘못했다”라는 결론에서 멈추지 않고, “다음에는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둘째, 비판과 동시에 자신을 이해하고 다독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를 지나치게 몰아세운다면 성장 대신 지칠 뿐이다. 나를 비판하되 나 자신을 포용하는 이 균형이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성장, 작은 확신에서 시작된다
취업 준비를 하며 가장 큰 배움은, 성장은 거창한 결과가 아닌 작은 확신에서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조금 더 나은 답변을 준비했을 때, 더 논리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을 때, 그리고 어제보다 조금 더 자신감을 가졌을 때.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성장으로 느껴졌다.
나는 이제 나만의 성장을 이렇게 정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성장은 자신을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얻은 배움을 통해 변화할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이 과정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데려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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